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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거침없이 앞만 보고 달려갑니다. 주변을 돌아볼 틈도 없이 뛰어야 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끝은 보이지 않습니다. '거울 나라의 앨리스(Through the Looking-Glass)'에서 앨리스가 계속 뛰어도 주변의 사물이 그대로 있는 것 같다는 말에 붉은 여왕은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으려면 있는 힘껏 달려야 한다 “고“ 답합니다. 말하자면 제자리를 지키려면 계속 달려야 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었습니다.

 

피로사회, 현병철

 

 

 

독일철학자 한병철은 <피로사회>에서 성과중심의 피로사회라고 말합니다. 사회는 더 이상 외부의 억압이나 권위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람들은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며, 스스로를 압박하고 채찍질하고 통제합니다. 사람들은 피곤해지고 병들어갑니다. 책은 바로 그 지친 인간을 위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피로사회>는 세 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첫째, 당신은 정말 자유로운가, 아니면 스스로에게 더 무서운 폭력을 가하는가? 둘째, 왜 번아웃(BURNOUT)과 우울증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의 문제인가? 셋째, 자기 계발은 우리를 성장시키는가, 아니면 지치게 만드는가?

 

부정성의 사회에서 긍정성의 사회

 

우리 모두는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말은 용서받지 못합니다. 오히려 할 수 있다는 메시지 속에서 무한한 자기 계발,, 긍정의 강요, 성과에 대한 강박에 시달립니다. 그 이유는 한병철은 과거는 하지 마라”, “금지한다는 규율 중심의 사회(부정성의 사회)였지만, 현대는 할 수 있다”, “해야 한다는 성과 중심의 사회(긍정성의 사회)로의 변화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우리는 외부 억압은 줄어들었지만, 스스로 자신을 감시하고 채찍질하는 사회구조에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현병철 피로사회

 

 

자유의 역설

 

이런 사회구조에서 2)‘자유의 역설에 직면합니다. 저자는 우리는 '나는 자유롭다'라고' 믿지만, 실상은 그 자유를 성과압박과 자기 계발 강박으로 바꾸어 스스로를 착취하는 주체가 되었다고 지적합니다. 자신의 열정과 자유를 통해 스스로를 착취하는 존재가 된 것입니다.

 

규율과 금지의 사회에서 벗어나 현대 사회는 자유가능성’(할 수 있다)을 무기로 삼아 인간을 더 깊은 통제안에 가둬버리는 것입니다. 한병철은 자유는 이제 폭력의 가장 정교한 형태가 되었다”라고” 말합니다.

 

성과 사회의 병리: 우울증, 번아웃

 

성과에 몰두하다 보니 끝없는 자기 계발과 능력 향상에 시달리는 인간은 결국 자신의 한계 앞에서 쓰러집니다. 그 결과 번아웃 증후군, 만성 피로, 우울증 등으로 이어집니다.

 

따라서 한병철은 피로사회에서 '할 수 있다'는 구호가 사실은 더 큰 폭력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할 수 없는 분위기, 약함이나 실패를 허용하지 않는 문화가 현대인의 내면을 잠식해 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능력의 사회가 아닌 긍정의 폭력이 남발되는 그런 사회에 당신은 살고 있는 것입니다.

 

'긍정의 폭력' 사회에서 살아가니

 

피로사회는 이처럼 우리가 흔히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개념들. 예컨대, 자기 계발, 생산성, 효율, 동기부여는 현대판 착취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특히 그는 현대인이 겪는 우울증, 만성피로 등은 단순히 개인의 심리 문제나 나약함 때문이 아니라, 성과와 경쟁을 미덕으로 삼는 사회 구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피로사회는 자기 계발 열풍, 긍정심리학, 생산성 중심의 노동 철학에 대해 비판적 시선을 보냅니다. ‘노력하면 다 된다는 사고는 많은 이들을 성공으로 이끄는 듯 보이지만, 동시에 실패한 이들을 자기 책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만듭니다. 이는 곧 자존감의 붕괴로 이어지고, 사람들은 스스로를 못난 존재로 규정하며 무기력에 빠지게 됩니다.

 

결국 피로사회는 우리에게 묻습니다."당신은 정말 자유롭게 살고 있는가? 아니면 할 수 있다는 명령에 복종하며 자신을 소진시키고 있는가?"이 질문에 정직하게 답하려면 우리는 지금의 삶의 방식, 나아가 사회 시스템 전체를 다시 성찰해야 합니다.

 

피로사회는 21세기 사회가 겪고 있는 보이지 않는 착취, 그리고 그로 인한 심리적 피로와 우울증의 본질을 파헤친 에세이입니다. 단순히 현대사회의 병리 현상을 진단하는 것을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자체를 되묻게 하는 책입니다. 누구나 더 나은 삶을 꿈꾸지만, 그 방식이 나를 병들게 하고 지치게 한다면 다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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