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베스트셀러인 '초역부처의 말'을 읽었습니다. 가슴 뭉클한 책 내용을 친구에게 말하면서 친구도 쉽게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예상과 달리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상황을 경험한 적이 있지 않나요. 아이에게 수학 문제를 설명할 때, 혹은 직장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설명할 때 우리는 상대방도 쉽게 이해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상대방은 어려워 묵묵부답. 

 

지식의저주
지식의저주

 

이처럼,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남도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라 착각하는 현상을 지식의 저주(Curse of Knowledge)’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면 그것을 몰랐던 상태를 기억하기 어렵고, 자연스럽게 초보자의 입장을 간과하게 됩니다. 그 결과, 상대방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사실을 예측하지 못하고 원활한 의사소통도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선 이 개념이 무엇인지, 어떻게 발생하는지, 그리고 실생활에서 지식의 저주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알아보겠습니다. 지식의 저주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니까요.

1. 지식의 저주란?

지식의 저주는 내가 가진 정보나 기술이 다른 사람에게도 쉽게 이해될 것이라고 믿는 심리적 오류입니다. 우리가 특정 개념을 잘 알고 있으면, 그 지식을 처음 접하는 사람의 입장을 잊어버리고 난해한 설명을 합니다. 이 현상은 전문가일수록 더 강하게 나타납니다.  의사, 교수, 개발자 같은 전문가들이 초보자에게 설명할 때 어려운 용어를 남발하거나, 핵심적인 정보를 생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경험을 쌓은 사람일수록 초보자의 어려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제 지식의 저주가 실제로 어떻게 나타나는지 두 가지 사례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2. 실생활에서 나타나는 지식의 저주 사례

사례 1: IT 전문가의 어려운 설명

회사에서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도입했을 때, IT 담당자가 직원들에게 사용법을 설명하는 장면을 떠올려 보세요. IT 담당자는 “이건 간단해요. UI에 맞춰 클릭하고 설정하면 끝입니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평소에 컴퓨터를 잘 다루지 않는 직원들은 UI(User Interface)나 설정의 의미조차 명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IT 담당자는 자신의 배경 지식을 바탕으로 설명했기 때문에 상대방의 어려움을 인지하지 못합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이해되는 개념이라 생각하지만, 비전문가에게는 생소한 정보일 수 있습니다.

사례 2: 부모가 가르치는 수학

부모가 자녀에게 수학 문제를 가르칠 때, “이건 그냥 공식을 대입하면 돼!” “이 과정은 당연히 알고 있어야지.”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그러면서 친구와 비교도 하면서 아이의 기를 죽이는 경우입니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이 공식이 익숙하지 않고, 개념 자체를 처음 접하는 단계일 수 있습니다. 부모는 이미 학창 시절에 배운 내용을 기반으로 설명하기 때문에, 아이가 왜 어려움을 겪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부모는 답답해하고 아이는 좌절하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이처럼, 지식의 저주는 일상 속에서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발생합니다.

 

3. 지식의 저주가 발생하는 이유 (심리학적 연구)

 

지식의 저주는 1989년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뉴턴(Elizabeth Newton)의 연구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특정 노래의 리듬을 손가락으로 두드리게 하고, 다른 참가자들이 그 노래를 맞히도록 했습니다. 리듬을 두드린 사람들은 상대방이 쉽게 맞힐 것이라 예상했지만, 정답률은 겨우 2.5%에 불과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요? 노래를 두드리는 사람들은 머릿속에서 멜로디와 가사를 떠올리면서 리듬을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듣는 사람은 단순한 두드림 소리만 듣고 멜로디를 유추해야 했습니다. 즉, 알고 있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간극이 존재하며, 우리는 이 차이를 쉽게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 연구의 핵심입니다. 이 연구는 우리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으면, 설명이 얼마나 비효율적일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4. 지식의 저주를 극복하는 방법

지식의 저주는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지만, 몇 가지 방법을 실천하면 극복할 수 있습니다.

1) 상대방의 수준을 고려하라

설명을 하기 전, 상대방의 지식수준을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
“이 개념을 들어본 적 있나요?”
“어느 정도 알고 계신가요?”
같은 질문을 던지면 상대방의 이해도를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2) 전문 용어를 피하고 쉬운 언어로 말하라

전문적인 용어를 사용하면 설명이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 어려운 설명: "이 문제는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를 혼동한 오류입니다."
  • 쉬운 설명: "이 문제는 A와 B가 함께 발생했다고 해서, A가 B를 일으켰다고 착각하는 것입니다."

같은 의미라도 쉬운 언어로 표현하면 이해하기 더 쉽습니다.

3) 비유와 사례를 활용하라

비유는 어려운 개념을 쉽게 전달하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예를 들어, 컴퓨터의 RAM을 설명할 때를 생각해 봅니다.  “RAM은 인간의 단기 기억과 같아요. 우리가 어떤 정보를 잠시 기억했다가 잊어버리는 것처럼, RAM도 전원이 꺼지면 저장된 정보가 사라집니다.”
라고 하면 훨씬 이해하기 쉬워집니다.

4)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설명하라

설명을 마친 후, “잘 이해되셨나요?”라고 묻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대신, “제가 설명한 내용을 한 번 다시 말해볼 수 있을까요?”라고 하면 상대방이 얼마나 이해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식의 저주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누구나 경험하는 보편적인 현상입니다. 하지만 이를 인식하고 조금만 주의하면, 더 효과적인 소통을 할 수 있습니다. 설명을 잘하는 사람은 단순히 지식이 많은 사람이 아닙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사람이어야입니다. 다음번에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설명할 때는, “이 사람이 처음 듣는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보세요. 이 작은 변화가 당신의 의사소통을 완전히 바꿔 놓을 것입니다.

 

 

 

반응형